'개인의 취향' 디테일 부족이 문제!


각 방송사 별 수목극 드라마 시청률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데뷔이래 최고 많이 망가진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손예진과 '꽃남' 이민호가 주연을 맡아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은 MBC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이하 개취)이 시청률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바로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연출가와 작가 등이 부여할 수 있는 디테일이다. 하지만 '개취' 속 디테일은 극 중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14일 방송된 '개취' 5회 분에서 주인공들이 아직까지 긴팔에 외투를 입을 정도로 날씨가 쌀쌀함에도 상고재의 마루 문은 언제나 시원하게 열려 있다거나, 진호(이민호 분)가 인희(왕지혜 분)와 술을 마신 후 집에 돌아오는 장면에서 차를 떡하니 길 중간에 주차한다거나, 드라마 속 건축인의 밤에 진호의 약혼녀인 혜미(최은서 분)가 다짜고짜 개인(손예진 분)에게 물을 끼얹는 장면은 '엉, 이거 뭐야?!' 할 정도로 필자의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또한 아무리 극 중 인희가 뻔뻔한 인물이라고 해도 결혼이 깨진 마당에 신혼집으로 마련한 창렬(김지석 분)의 집에서 머물러 있다는 것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드라마야 꾸며진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름 로맨틱 코미디를 자칭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버스러운 설정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극화했기에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을남을녀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현실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드라마 속 디테일은 극에 이를 만드는 이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나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 수 있다. 대사 하나 하나, 배경 하나 하나의 선택이 극의 긴장감과 함께 캐릭터를 살려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한 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예를 들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데에는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극 중 캐릭터들의 모습과 대사 등에 부여한 디테일이 실제 내 옆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극과 캐릭터들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둘째, 조연들의 연기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거기에 더하면 캐릭터 설정이 문제일수도..

극 중 개인과 진호 사이에서 긴장감을 일으키며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하는 인희의 파급력이 부족하다. 극 중 인희 역을 맡고 있는 왕지혜의 부자연스러운 대사 처리와 시도 때도 없이 그저 찌푸리거나 과장된 얼굴 표정은 존재감을 무너뜨린다. 

'미스터 Q'의 송윤아나,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 등이 맡은 악녀가 그러하듯이 드라마 속 악녀는 드라마의 긴장감과 함께 극의 재미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덕여왕'의 고현정이 맡은 매력적인 악녀 미실은 오히려 타이틀 롤인 선덕여왕 덕만 역의 이요원의 기를 누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개취'의 인희가 예를 든 드라마 속 악녀처럼 드라마를 이끄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완성도나 왕지혜의 연기에 따라 그 존재감이 꽤 크게 느껴질 수도 그리고 실제로 커 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비단 이는 왕지혜만의 문제는 아니다. 간간히 나오는 태훈(임슬옹 분)의 시도 때도 없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 또한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 임슬옹이 신인이기도 하고 캐릭터가 그렇기에 오버스러운 연기는 그냥 예쁘게 봐 줄 수 있다고 해도, 극 중 태훈의 직장 부하로서의 모습은 용납할 수가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빽으로 들어가서 자리만 보전하고 있는 직원처럼 눈치코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여기에 혜미 역의 최은서 또한 발성 연습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아...'개취'에 대해 처음 쓰면서 드라마가 산으로만 가지 않았으면 했는데..드라마가 자리를 잡아갈 수록 농익을 것 같은 캐릭터는 점점 생명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KBS 2TV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에 계속 눈이 가니 본방사수는 '신언니', 재방송은 '개취'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