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딱 맞은 옷을 입은 듯!

  KBS2TV 수목드라마 '추노'가 끝나고, MBC,KBS,SBS 삼 방송사의 수목드라마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3월 31일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첫방송을 시작하니 언론사를 통한 홍보전부터 여간아니었다.

  MBC는 손예진을 필두로 지난 해 KBS2TV '꽃보다 남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민호를 전면에 내걸고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개인의 취향'(연출 손형석, 노종찬, 극본 이새인)을, KBS2TV는 2008년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그해 SBS연기대상을 거머쥔-아마 내가 기억하는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가 아닐까-문근영을 롤타이틀로 하고 군제대 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천정명을 내새운 어른을 위한 동화 '신데렐라 언니'(연출 김영조,김원석, 작가 김규완)를, 마지막으로 SBS는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며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을 성장시켜 온 김소연을 중심으로 한 '검사 프린세스'(연출 진혁, 극본 소현경)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방송 전부터 각 드라마 별로 관심을 끄는 요소는 꽤 됐다. '신데렐라 언니'는 예고편을 통해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문근영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고, '검사 프린세스'는 지난 해 정말 재미나게 본 SBS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작가와 연출진이 맡았다고 하기에 전작과 같은 건전하면서도 나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함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로맨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순전히 '개인의 취향'과 함께 현재 뭔가 웃을 일이 있었음 좋겠다는 마음에 로맨틱 코메디인 '개인의 취향'을 선택했다. 


 

첫 날 '개인의 취향'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개인(손예진 분)과 진호(이민호 분)과 만나는 장면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보였고, 타이틀롤이자 이야기의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손예진의 연기는 너무 오버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어, 이건 내가 원하던게 아닌데..'하며 잠시 체널을 여기저기 돌려보았다. 나만 이런가 싶어 시청자 게시판과 기사에도 기웃기웃 거려보았는데 90%이상이 칭찬 일색이니, 어허 이건 뭐지?!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역시 드라마도 그 날 기분에 따라 다르군!!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손예진의 연기는 마치 금방한 밥의 밥알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박개인에 동일시 되었다. 인희(왕지혜 분)와 창렬(김지석 분)의 결혼식에서 큰 배신감과 함께 상실감을 얻은 후 횡단보도를 멍하니 걷다가 우는 장면이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원호(봉태규 분)의 실수가 더해져 앞길이 막막해 졌을 때 엄마와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우는 장면은 손예진을 통해 밝은 이면에 슬픔을 혼자 삭이는 개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원호가 밉지만 친구이기에 국밥 한 그릇 사주며 앞으로 살길을 모색하다가 원호를 놓치 거나, 마지막에 인희와 격렬히 머리를 지어뜯으며 싸우다가, 10분안에 어떤 남자도 넘어가게 할 수 있다는 인희의 말에 진호는 게이라서 안되다고 하는 장면은 만화에서 튀어 나온 듯한 다른 코믹 장면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게 했다. 

  2008년 MBC드라마 '스포트라이트'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 온 손예진. 사실 '스포트라이트'가 당시 흥행에도 참패하고 손예진 또한 불철주야 노력했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어떤 작품으로 브라운관으로 돌아올까 기대 아닌 걱정을 했었다. 그 이전 작품인 SBS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인상 깊게 봤었기에 너무 기대하고 봐서 아쉬웠을지 몰라도 '스포트라이트'에서 손예진은 헐거운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러워 보여 아슬아슬하게 보였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과 달리 '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은 이번에야 말로 '개인' 그 자체가 된 듯 딱 맞는 옷을 입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한없이 밝고 덜렁대다가도, 자신이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한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한 없이 작아지며 슬퍼하고, 자신의 남친을 가로챈 10년지기 친구가 뻔뻔스럽게 찾아와 다시 방을 내놓으라고 할 때는 한 없이 독해지는 박개인이 손예진인 것이다. 

  사람들이 딱 맞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기 위해 옷을 사기 전 수많은 옷을 입어보거나 구경하는 것처럼 연기자 또한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작품을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손예진에게 있어 '개인의 취향' 또한 그와 같은 노력으로 찾은 딱 맞은 옷인듯. 물론 아직 방송된 분량 보다 앞으로 방송 될 분량이 더 많이 남아 속단할 수 없지만 드라마가 산으로만 안 간다면 손예진에게 있어 '개인의 취향'은 괜찮은 필모그래피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PS1.
하나 덧붙이자면 '개인의 취향'에는 봉태규, 정상화 등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조연이 나오는 가운데 손예진의 친구, 영선 역의 조은지. 아 정말 최고!!
인희와 창렬이 결혼식 파토내는 장면에서 개인을 대신해 인희의 뺨을 멋지게 날려주는 센스와 진호를 게이로 착각하고 그에게 갖가지 호감을 가지는 장면 등은 정말 압권이었다. 이 친구 여러작품에서 괜찮다했는데 멋지다! 영선같은 친구 옆에 한 명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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