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15 '개인의 취향' 디테일 부족이 문제!
  2. 2010.04.02 손예진, 딱 맞은 옷을 입은 듯!

'개인의 취향' 디테일 부족이 문제!


각 방송사 별 수목극 드라마 시청률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데뷔이래 최고 많이 망가진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손예진과 '꽃남' 이민호가 주연을 맡아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은 MBC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이하 개취)이 시청률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바로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연출가와 작가 등이 부여할 수 있는 디테일이다. 하지만 '개취' 속 디테일은 극 중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14일 방송된 '개취' 5회 분에서 주인공들이 아직까지 긴팔에 외투를 입을 정도로 날씨가 쌀쌀함에도 상고재의 마루 문은 언제나 시원하게 열려 있다거나, 진호(이민호 분)가 인희(왕지혜 분)와 술을 마신 후 집에 돌아오는 장면에서 차를 떡하니 길 중간에 주차한다거나, 드라마 속 건축인의 밤에 진호의 약혼녀인 혜미(최은서 분)가 다짜고짜 개인(손예진 분)에게 물을 끼얹는 장면은 '엉, 이거 뭐야?!' 할 정도로 필자의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또한 아무리 극 중 인희가 뻔뻔한 인물이라고 해도 결혼이 깨진 마당에 신혼집으로 마련한 창렬(김지석 분)의 집에서 머물러 있다는 것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드라마야 꾸며진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름 로맨틱 코미디를 자칭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버스러운 설정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극화했기에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을남을녀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현실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드라마 속 디테일은 극에 이를 만드는 이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나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 수 있다. 대사 하나 하나, 배경 하나 하나의 선택이 극의 긴장감과 함께 캐릭터를 살려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한 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예를 들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데에는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극 중 캐릭터들의 모습과 대사 등에 부여한 디테일이 실제 내 옆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극과 캐릭터들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둘째, 조연들의 연기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거기에 더하면 캐릭터 설정이 문제일수도..

극 중 개인과 진호 사이에서 긴장감을 일으키며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하는 인희의 파급력이 부족하다. 극 중 인희 역을 맡고 있는 왕지혜의 부자연스러운 대사 처리와 시도 때도 없이 그저 찌푸리거나 과장된 얼굴 표정은 존재감을 무너뜨린다. 

'미스터 Q'의 송윤아나,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 등이 맡은 악녀가 그러하듯이 드라마 속 악녀는 드라마의 긴장감과 함께 극의 재미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덕여왕'의 고현정이 맡은 매력적인 악녀 미실은 오히려 타이틀 롤인 선덕여왕 덕만 역의 이요원의 기를 누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개취'의 인희가 예를 든 드라마 속 악녀처럼 드라마를 이끄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완성도나 왕지혜의 연기에 따라 그 존재감이 꽤 크게 느껴질 수도 그리고 실제로 커 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비단 이는 왕지혜만의 문제는 아니다. 간간히 나오는 태훈(임슬옹 분)의 시도 때도 없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 또한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 임슬옹이 신인이기도 하고 캐릭터가 그렇기에 오버스러운 연기는 그냥 예쁘게 봐 줄 수 있다고 해도, 극 중 태훈의 직장 부하로서의 모습은 용납할 수가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빽으로 들어가서 자리만 보전하고 있는 직원처럼 눈치코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여기에 혜미 역의 최은서 또한 발성 연습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아...'개취'에 대해 처음 쓰면서 드라마가 산으로만 가지 않았으면 했는데..드라마가 자리를 잡아갈 수록 농익을 것 같은 캐릭터는 점점 생명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KBS 2TV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에 계속 눈이 가니 본방사수는 '신언니', 재방송은 '개취'여야 할까.



손예진, 딱 맞은 옷을 입은 듯!

  KBS2TV 수목드라마 '추노'가 끝나고, MBC,KBS,SBS 삼 방송사의 수목드라마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3월 31일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첫방송을 시작하니 언론사를 통한 홍보전부터 여간아니었다.

  MBC는 손예진을 필두로 지난 해 KBS2TV '꽃보다 남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민호를 전면에 내걸고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개인의 취향'(연출 손형석, 노종찬, 극본 이새인)을, KBS2TV는 2008년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그해 SBS연기대상을 거머쥔-아마 내가 기억하는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가 아닐까-문근영을 롤타이틀로 하고 군제대 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천정명을 내새운 어른을 위한 동화 '신데렐라 언니'(연출 김영조,김원석, 작가 김규완)를, 마지막으로 SBS는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며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을 성장시켜 온 김소연을 중심으로 한 '검사 프린세스'(연출 진혁, 극본 소현경)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방송 전부터 각 드라마 별로 관심을 끄는 요소는 꽤 됐다. '신데렐라 언니'는 예고편을 통해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문근영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고, '검사 프린세스'는 지난 해 정말 재미나게 본 SBS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작가와 연출진이 맡았다고 하기에 전작과 같은 건전하면서도 나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함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로맨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순전히 '개인의 취향'과 함께 현재 뭔가 웃을 일이 있었음 좋겠다는 마음에 로맨틱 코메디인 '개인의 취향'을 선택했다. 


 

첫 날 '개인의 취향'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개인(손예진 분)과 진호(이민호 분)과 만나는 장면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보였고, 타이틀롤이자 이야기의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손예진의 연기는 너무 오버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어, 이건 내가 원하던게 아닌데..'하며 잠시 체널을 여기저기 돌려보았다. 나만 이런가 싶어 시청자 게시판과 기사에도 기웃기웃 거려보았는데 90%이상이 칭찬 일색이니, 어허 이건 뭐지?!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역시 드라마도 그 날 기분에 따라 다르군!!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손예진의 연기는 마치 금방한 밥의 밥알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박개인에 동일시 되었다. 인희(왕지혜 분)와 창렬(김지석 분)의 결혼식에서 큰 배신감과 함께 상실감을 얻은 후 횡단보도를 멍하니 걷다가 우는 장면이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원호(봉태규 분)의 실수가 더해져 앞길이 막막해 졌을 때 엄마와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우는 장면은 손예진을 통해 밝은 이면에 슬픔을 혼자 삭이는 개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원호가 밉지만 친구이기에 국밥 한 그릇 사주며 앞으로 살길을 모색하다가 원호를 놓치 거나, 마지막에 인희와 격렬히 머리를 지어뜯으며 싸우다가, 10분안에 어떤 남자도 넘어가게 할 수 있다는 인희의 말에 진호는 게이라서 안되다고 하는 장면은 만화에서 튀어 나온 듯한 다른 코믹 장면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게 했다. 

  2008년 MBC드라마 '스포트라이트'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 온 손예진. 사실 '스포트라이트'가 당시 흥행에도 참패하고 손예진 또한 불철주야 노력했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어떤 작품으로 브라운관으로 돌아올까 기대 아닌 걱정을 했었다. 그 이전 작품인 SBS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인상 깊게 봤었기에 너무 기대하고 봐서 아쉬웠을지 몰라도 '스포트라이트'에서 손예진은 헐거운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러워 보여 아슬아슬하게 보였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과 달리 '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은 이번에야 말로 '개인' 그 자체가 된 듯 딱 맞는 옷을 입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한없이 밝고 덜렁대다가도, 자신이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한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한 없이 작아지며 슬퍼하고, 자신의 남친을 가로챈 10년지기 친구가 뻔뻔스럽게 찾아와 다시 방을 내놓으라고 할 때는 한 없이 독해지는 박개인이 손예진인 것이다. 

  사람들이 딱 맞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기 위해 옷을 사기 전 수많은 옷을 입어보거나 구경하는 것처럼 연기자 또한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작품을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손예진에게 있어 '개인의 취향' 또한 그와 같은 노력으로 찾은 딱 맞은 옷인듯. 물론 아직 방송된 분량 보다 앞으로 방송 될 분량이 더 많이 남아 속단할 수 없지만 드라마가 산으로만 안 간다면 손예진에게 있어 '개인의 취향'은 괜찮은 필모그래피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PS1.
하나 덧붙이자면 '개인의 취향'에는 봉태규, 정상화 등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조연이 나오는 가운데 손예진의 친구, 영선 역의 조은지. 아 정말 최고!!
인희와 창렬이 결혼식 파토내는 장면에서 개인을 대신해 인희의 뺨을 멋지게 날려주는 센스와 진호를 게이로 착각하고 그에게 갖가지 호감을 가지는 장면 등은 정말 압권이었다. 이 친구 여러작품에서 괜찮다했는데 멋지다! 영선같은 친구 옆에 한 명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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