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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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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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긴 하루였다.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있었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이처럼 처절하게 외로움과 나 자신과 싸웠다.

이 공부라는 것이 그래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을 알기에 친구도, 취미생활도 모두 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에 매달려 있으니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어제는 몸의 피로로 나타

나더니 드디어 오늘 폭발해버렸다.

이제 고작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이것은 당연히 넘어야 할 산임에도 불구하고 뭉치고 뭉쳐두었던

감정의 실타래들이 꼬여들어 풀길이 없었다.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일랑치면 과거사들이 얽혀 그 실타래를

더욱더 엉키게 놓어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잠시 떠났다.

더 꼬이기전에 스스로 풀어야겠기 때문이었다. [연금술사](잠자기전 틈틈이 읽어 오늘 아침에야 머나먼

여정을 마쳤다.)의 산티아고처럼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위해 떠난 여행이라고 거창하게 말할수야 없겠지만

마음의 소리를 듣기위해 떠났다. 우각재길, 쇠뿔길..그리고 폐허들만이 남아 있는 새천년길...골목길을

다녀왔다. 비올 때 갔던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입춘이라 그런지 따뜻한 햇살에 골목, 골목 들어설 때마다

음지보다 양지가 많아 웬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졌다. 좀 더 멀리 나가보고 싶었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집에서 나온시간이 오후 3시가 넘어서였기 때문에 딱히 떠오르는 것이 그곳박에 없었다. 마치 옛날에

살던 고향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석구석 다녔다. 아 여기는 지난번에 왔던 길이구나. 그 때 그 살찐 얼룩고양이가

여전히 구멍가게 앞을 지키고 있고, 마을 길목에 세워진 천막 쉼터에는 지팡이를 집은 노인네들이 수다를

떨고 있고, 일요일의 따뜻한 오후여서인지 여기저기 골목마다 시원히 세차하는 소리에 마치 정말 봄이

오기라도 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각재길, 쇠뿔길이 이 마을 골목골목의 이름인 것을 보면 예전에 소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일 것이 틀림

없다고 혼자 추측하며 혹시 를 소뿔 형상을 가진 비석이라도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맞은편 동네인

새천년길에 들어서서는 한숨과 함께 서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동네 이름은 새천년 길로 딱히 예전의 느낌이

남아 있지 않은 현대적이어야 할 것만 같았지만, 곧 철거가 될 예정인지 오래된 집이고, 새로 지은 집이고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로 남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새천년길을 가진 동네는 을씨년스러운 마음에

온갖 범죄스릴러를 상상하기도 했다.

 

해질 무렵, 동네를 빠져나와 바람을 느끼며 버스창으로 두어번 봄직한 길들을 따라 걸었다.

아주 짧은 2시간의 여행이었지만 집에서 나오기 전 서운한 마음과 그동안 곧 다가올 시험의 스트레스를

한 순간도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순간의 느낌만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 이 시간은 계획대로라면 벌써 꿈 속에 빠져있어야 할 시간이지만...마지막까지 남은 불안을

없애기 위해 잠들지 못하는 밤을 달래기위해 너에게 나를 보낸다. 그리고 매일 하루를 끊임없이 보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은 필히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테이니, 나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마음의 소리를 듣자.'

 

 

그리고 나중에 잠시 여유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바다에 갈 것이다. 그리고 더 여유가 된다면 산을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