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기자 시사회에 다녀왔다.

개봉 전에 뭔가 쓰리라 계획 해두고 벌써 개봉일을 훌쩍 넘겼다.
독립 영화 치고 꽤 흥행을 하고 있는 눈치다. 물론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지만
그래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노부부와 소의 일생을 다룬 이 영화는 별다른 나레이션 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 그리고
배경음악 등으로 잔잔한 감각을 일깨운다. 특히 대사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툭툭 튀어 나오는
할머니의 넋두리와 수다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감독이 영화 시사 후 시나리오도 필요 없는 긴박한 장면 - 예를 들어 소가 쓸어졌다거나 하는 - 을 연락이
제때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카메라 안에 담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긴 했지만, 충분히 영화로서의 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것들이 점점 사라짐과 함께 70이 넘었어도
허리가 구부러져도, 다리를 절어도, 9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다 공부시키고도 계속  일 하고 일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애틋함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올해의 농사를 걱정하고 있는 내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워낭소리,
40년 넘게 노부부와 함께 일해온 이름도 없는 그 소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속상히 눈물 흘리던 할아버지, 할머니, 소의 깊고 힘없는 눈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