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2008. 6 23

2000년 가을, 그곳에 갔었다.
언니가 홀로 유학하고 있던 곳.
학교에서 나는 후쿠오카로 언니는 교토로 그렇게 인연인 듯 아닌 듯
한 날 한 시에 낯선 땅으로 떠났었다.
나는 나름 독한 성격이라 부모님이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운 기억이 안 나지만
언니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여리고 정이 많은 성격이라 낯선 땅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은 듯 했다.
울기도 많이 하고 외로움도 많이 타고, 게다가 편하게 학교 기숙사에 있었던 나와 달리 언니는 일본의 옛날 아파트 형식의 집에서 세를 얻어 살았다. 언니가 한 번은 편지로 집안 구조를 그려 보내 준 적이 있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언니의 수려한 그림 솜씨에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그렇게 형편 없는 곳에서 살고 있을줄 은 상상 못했다. 가끔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여관 구조를 상상케 하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고생했던 그 공간이 언니에게는 낯선 동네에서 유일하게 발 뻗고 쉴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였나보다.
언니집에 들리고 일곱째날인가 되던 날 언니를 혼자 두고 오는게 못내 서운해 차마 발이 안 떨어지던 그 공간이 언니에게는 달랐는지 우리는 그 추억의 공간에 들러 지난날들을 둘러보았다. 비록 나의 짧은 시간 동안 있던 기억이지만 오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 곳이에게 처음에는 살았던 곳을 여행하기를 반대했지만, 나에게도 좋은 시간 여행이었다. 

더 길게, 더 많은 곳을 언니의 추억 여행을 담지 못해 못내 아쉽다.



#1. 언니가 대학시절 처음으로 만든 목공예품
부피가 커 귀국할 때 가지고 올 수 없어 주인집에 주었던 작은 서랍장이
아직도 깨끗하게 그집의 일부로 살고 있었다.





#2. 일본교토조형예술대학
나름의 대학시절 언니의 자유공간






#3. 일시정지







#.4 수국

6월, 유난히 수국이 많았다.







#5. 윤동주 추모비

교토조형예술대학 캠퍼스 앞에 세워진 윤동주 추모비와 시비
2002년에는 없었다. 이후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로 가기전까지 살았다던
윤동주 하숙집 터






#6. 안녕, 그 곳 수국!





pentax mesu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