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지 선다 앞에 역시나 답을 못 찾다?!


#1.

새벽에 몇 번 인가 잠을 깨다가, 결국 눈이 말똥말똥해져 아침부터 이 난리다.
모두 무언가 시작하는 새벽과 그 아침 나는 잠시 뭘할까 고민하며 앉았다.


#2.

아직까지 백수로 돌아간 나의 삶에 적응이 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일을 그만 두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얼마전 같은 직장에 다니던 H로 부터 장문의 문자가 왔다. 그만 두기로 한 날짜가 다가왔는데 다시 한 번 사장이 자신을 떠본다는 내용이다. 이런식이면 앞으로 네 얼굴을 안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란다. 거기에 나는 '안 보면 너야말로 땡큐가 아니겠냐. 하지만 선택은 네 몫이다'고 말해 주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지금 일 자리를 놓는다 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돌아버리기 전에 그 일은 접어버리는 것이 좋다고 내가 스스로 위안을 삼았듯이 H에게도 제대로 큰 소리 쳐 주지 못해 못내 미안하다.


#3.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잠시 뭘할까 고민하며 방송 3사의 눈물겨운 아침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니 못내 한심한 생각이 들어 노트북을 폈다. J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오후의 백수 일정을 잡고 있노라니, 멀리 외국에서 고생 중인 K에게서 반가운 메신저가 들어온다. 참 요즘 말로 백만년 만의 만남이다. K는 대학교 신입생 때 부터 알아온 오래된 친구이자 나의 고민상담자로 오래만에 그에게 백수가 된 사연부터 지금의 소소한 일상을 털어놓는다. K는 평소의 결단력 답게 나의 길을 세 가지로 압축해서 말한 후, 뭘 선택해도 행복하지 않냐며 나에게 한 가지 고를 것을 제안한다. '나는 4, 5지 선다도 아닌 3지 선다형 문제 앞에서 서서도 답을 못 고른다' 첫 번째가 꿈이고, 두 번째가 현실에 타협한 것이고, 세 번째가 현실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고르기가 탐탁지 않다.


 #4.

이어 K의 고민은 이러했다. 현재 너무 현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K는 다른 누구보다도 현실에 뛰어들어 열심히 살고 있고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 용기를 내길. (우리는 이와 함께 기독교의 배타성과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논의 아닌 논의를 펼쳤다. 여기서 급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장 큰 모토를 가지고 있는 기독교가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뭐 혼자 드는 생각이니 논의는 열외로 하자)


#5.

요즘 아이들 말로 '멍' 때리고 있는 이 순간도, 나는 내 삶을 위해 고민하고 있음은 변함이 없다.






2008 4월이련가?!

생각에 갇히다...

pentax mesu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