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

#1.

<칠수와 만수> 대학로 연우극장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간간히 극중에 흘러나오는 노래 '사노라면'이 왠지 모르게 역설적으로 들렸다.

희망을 얻을 수 없었다. 주인공 칠수가 한 대사 중 한 구절을 떠올리며 감상평을 쓰지 않겠다. 힘드니까..

어쩌면 현실을 피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괜히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만수 :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잖아~

  칠수 : 쥐구멍에 볕 들어봤자 쥐새끼들 눈만 부시지 좋을 것이 무어가 있나~

 

 

#2.

하루종일 불쾌했다.

이유가 없다. 괜시리 잠 잘자고 일어나서도 꿈을 꾸었다고 탓하고, 배불리 맛나게 밥을 먹고도 배부르다 탓하고

선물을 받아도 그게 뭐냐고 탓하고, 그렇게 불쾌하게 보냈다.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 건지...

 

 

#3.

사진 올리기가 너무 귀찮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나를 표출하는 방법이 점점 서툴러진다.

이러다가 찍는 것도 귀찮아질지도..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들을 많이 알아두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의 이 오지랍 넓은 성격에다가 후시딘이 매번 필요한 마음에는 혼자가 좋다.

많이 찍지 말아야지. 아껴야지.

제제에 대한 마음이 달아날까 견딜 수 없다.

 

 

#4.

거트 보네거트 <제5의 도살장>

저자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용사이자 독일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생존자로서

빌리라는 인물을 통해 전쟁의 참혹성을 섬세하게 잘 다루고 있다.

 

소수의 인간이 만들어낸 전쟁이 다수의 인간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과연 전쟁을 만들어내는 국가를 국민을 위한 국가라 할 수 있는가.

아직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진행 중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로인해 희생되고 있다.

명목상으로 국민을 위해서라고,극단적으로는 신을 위해서, 민주화를 위해서 라고 하며 싸우는 그대들이여!

정신차려라!

그대가 말하는 국민은 전쟁을 주도한 그대들만을 위한 단어가 아님을

그대가 말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그대들만의 신이 아님을

그대가 말하는 민주화는 총과 칼로 되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차라리 솔직해져라.

 

욕심 때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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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